장마, 정말 끝난 걸까? 아직 속단은 이르다
최근 며칠간 전국 곳곳에 장맛비가 뜸해지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올해 장마는 사실상 끝났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습니다. 연일 무더운 '찜통더위'가 이어지니 이런 이야기가 더 힘을 얻고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과연 정말 장마가 끝난 걸까요?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 지역은 지난 6월 12일, 중부·남부지방은 19일부터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보통 장마는 한 달가량 이어지기 때문에, 아직 종료를 논하기엔 이른 시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7월이 이제 막 시작인데 벌써 장마가 끝난 거냐", "비가 별로 오지도 않았는데?"라며 의문을 갖는 이유죠.
기상청, "아직 장마 종료 선언은 시기상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 기상청은 장마 종료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정체(장마)전선이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 있는 상태이지만, 한반도 주변 기압계를 볼 때 다시 내려올 가능성도 있어 종료를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습니다.
장마를 만드는 북태평양고기압, 아직 불안정
여름철 장마는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에서 불어오는 뜨겁고 습한 공기가 맞부딪히며 생깁니다. 이 두 기단이 힘겨루기를 할 때 그 경계선에 정체전선(장마전선)이 만들어지죠.
지금은 이 정체전선이 서해 중부 해상과 남북한 접경지역(38선 부근)에 머물고 있어, 중부지방에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반면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어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실제로 일부 지역은 체감온도가 35도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오히려 정체전선이 빨리 올라간 덕에 평년보다 2주 정도 빠른 시기에 지난달 말 장마가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장마가 정말 끝나려면?
만약 지금 38선 근처에 있는 정체전선이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면 우리나라는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에 접어들게 됩니다. 하지만 기상청은 "장마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려면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 전역을 단단히 덮어야 하는데, 아직 그 정도로 발달하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만약 이 고기압이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면 정체전선도 따라 내려와 다시 장맛비를 뿌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현재 정체전선이 북쪽으로 올라간 이유는 필리핀 동쪽 해상에 위치한 열대요란(태풍의 씨앗)이 뜨거운 열기를 불어넣어 북태평양고기압을 더 북쪽으로 밀어 올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열대요란이 사라지거나 이동한다면, 다시 고기압이 처지며 장마전선도 내려올 수 있습니다.
당분간은 소나기, 그리고 높은 습도 주의
결국 아직은 장마가 끝났다고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일부 중부지역을 제외하고 당분간 장맛비 소식은 없겠지만, 한반도 주변 기압계와 정체전선의 움직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장마비는 아니더라도 대기가 불안정해 주로 오후 시간대에는 전국 곳곳에서 소나기가 내릴 수 있고, 햇볕은 강한 데다 습도까지 높아 불쾌지수는 계속 높을 전망입니다.